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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물을 끓여 동생과 참을성을 견주고
창 너머로 가장 먼저 뜬 별을 찾아보았다
무심코 되살아난 어린 시절의 애달픈 기억
선명한 색의 후키나가시, 아아…
수창포, 오월의 장마, 단오절이여

비가 그쳐 동생과 개천에서
산천어를 몰며 놀았다
여름벌레가 우는 새 이미 해가 저물었다
무심코 되살아난 어린 시절의 애달픈 기억
지나간 여름은 눈물빛, 아아…
수창포, 오월의 장마, 단오절이여


“たんごの節句”
森田童子 「グットバイ」(1975)


Posted by 반만달


소세키의 책을 내던지며 입을 맞추었다
창가의 물꽃. 선명하게 떨려
당신의 원피스 하얀 바탕에 꽃이 떠올라
정말 은은하고 예쁘구나

같이 소다수를 마시니까 정말 시원하구나
당신은 체리를 입 안 가득 넣고…
이별은 언제나 괴로운 꿈
이미 깊어버린 오늘밤
당신의 옆모습이 슬퍼 보여


결핵 전의 밤처럼 나는 자주 같은 꿈을 꿉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땀을 흘리고 있을 뿐
그래서 내 왼쪽 폐 속은 물로 가득합니다
이제 곧 나의 폐 속에 새빨간 꽃이 필 거예요


* サナトリウム (sanatorium) : (醫) 요양소. 특히, 결핵요양소.

“サナトリウム”
森田童子 「夜想曲」(1982)



Posted by 반만달


어차피 이 세상은 젖빛 유리를 통해 보는 것 같아요
코스모스, 제비꽃, 자운영, 과꽃, 천상초
단지 슬라이드 사진처럼 풍경이 변해요
내가 사랑했던 당신이 보이지 않아요
내가 보이지 않아요

이윽고 창 밖은 밤이 됩니다
밤에는 사-사- 하고 비가 내려요

어차피 이 세상은 좋을 대로 살아가는 거예요
도라지, 타레난초, 야고, 수선화, 흰 백합, 달맞이꽃
단지 꿈을 꾸면 갑작스레 주변이 변해버려요
나와 당신이 기념사진 속에서 웃고 있어요

이윽고 세상은 밤이 됩니다
밤에는 사-사-하고 비가 내려요


나는 어제부터 계속되는 꿈을 꾼다
그리고 다시 그 계속되는 꿈의 계속되는 꿈을 꾼다
그러니까 나의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닙니다
나는 151680의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어느새 나는
꿈 속에서 살아와 버렸습니다


“151680時間の夢”
森田童子 「狼少年」(1983)



Posted by 반만달
퓨쳐 클래식2009/04/13 00:15


언제 처음 알았더라. 그게 시간이 좀 됐는데….
대학로에 있었던 '살'과 관련이 있었는데 자세한 기억은 가물하다.
우연히 짧게 스친 음악이었지만 그 충격이 무척 강했기에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여성, 현란한 의상, 뿅뿅사운드 그리고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으로 가슴에 남은.)
종종 '나키온 (nakion)'이라는 이름만을 가지고 이곳저곳을 검색해보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기에, 그녀의 음악은 수수께끼처럼 남게 되었다.

그 후 다시 그의 이름을 접한 것은 일 년쯤 후,
'모임 별'의 <비밀경찰 그리고 사악한 주문들>이라는 EP가 나왔을 때.
그는 '비밀경찰'을 두 가지 다른 버젼으로 믹스하며 참여했다.
오 반가운 그 이름! 하지만 그 후로도 별다른 활동이 없는 듯 했다.

그러고는 또 제법 많은 시간이 흘러 때는 바야흐로 2009년 3월의 어느날.
즐겨찾는 향뮤직에서 늘 그러하듯 신보들을 훑어보다가, 아악!
순간 숨이 멎어버렸다. 그리운 그 이름이 있었다.
손발이 오글오글해지는 아스트랄한 재킷과 함께, 무려 2CD, 500장 한정.
망설일 것도 없이 주문을 했고, 바로 다음날 받을 수 있었다.

수년 전의 충격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딱 그대 취향이군!'이라 할 만하다.

저작권상 문제가 될 것 같지만,
이 아름다고도 낯선 음악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픈 과욕에
염치 불구하고 두 곡을 스트리밍하는 테러를 저지르려 한다.



& 01. 나키온은 그동안 세계 곳곳을 돌며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02. 이 음반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의 작업물을 모은 편집음반이다.
   03. 제대로 나온 사진을 며칠 전 처음 보았는데, 아 무척 미인이였다.
   04. 그 사진을 포함, 몇몇 음원 등을 http://www.myspace.com/naxnaxnax
        에서 접할 수 있다.

Posted by 반만달